얼굴에 오돌토돌 작은 돌기, 편평사마귀일까 쥐젖·비립종일까?
셋 다 작고 아프지 않아서 헷갈리지만, 하나는 바이러스이고 둘은 아닙니다. 거울 앞에서 먼저 살펴볼 점들을 정리했습니다.
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휴대폰 사진부터 내미는 분들이 있습니다. 인터넷에서 찾은 편평사마귀 사진과 내 얼굴 사진을 나란히 띄워 놓고 "똑같죠?" 하고 물으시죠.
그런데 막상 확대경으로 보면 한 얼굴에 서로 다른 것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. 이마 쪽은 편평사마귀, 목 주름에는 쥐젖, 눈 밑에는 비립종. 셋 다 작고, 아프지 않고, 오돌토돌하다는 점이 비슷해서 사진만으로는 헷갈리기 쉬워요. 지난 칼럼에서 편평사마귀 레이저 제거를 다뤘다면, 이번에는 그 전 단계인 "내 것이 무엇인지"를 구별하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.
1. 왜 구별해야 하나요?
이유는 하나입니다. 편평사마귀만 바이러스가 원인이라서예요. 편평사마귀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(HPV)가 피부 겉층에 감염돼 생기고, 면도나 제모 같은 자극을 따라 주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.[1] 반면 쥐젖은 피부끼리 쓸리는 자리에 생기는 양성 돌기이고,[2] 비립종은 피부 단백질인 케라틴이 피부 바로 아래 작은 주머니에 갇힌 것입니다.[3][4]
원인이 다르니 관리법도 달라집니다. 편평사마귀라면 "더 번지기 전에" 정리하는 게 중요하고, 쥐젖이나 비립종이라면 서두를 이유는 적지만 잘못 건드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.
2. 편평사마귀: 납작하고, 무리 지어, 번진다
- 모양: 보통 사마귀보다 작고, 표면이 매끈하고 납작합니다.[1] 손으로 쓸어 보면 살짝 솟은 정도예요.
- 색: 살색, 분홍, 갈색, 보랏빛까지 다양합니다.[1] 그래서 잡티나 기미로 착각하기도 합니다.
- 개수: 하나만 덩그러니 있기보다 여러 개가 무리 지어 생깁니다.[1]
- 위치: 얼굴에 흔하고, 어린이는 뺨과 이마, 성인은 면도나 제모를 하는 자리에 잘 생깁니다. 면도로 번지면 턱수염 자리나 목에 수십 개가 생기기도 해요.[1]
긁은 자국이나 면도날이 지나간 방향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서 있다면 편평사마귀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합니다. 몇 달 사이에 개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도 중요한 단서예요.
3. 쥐젖: 말랑하고, 늘어지고, 접히는 곳에
쥐젖은 의학 용어로 연성섬유종(아크로코돈)이라고 부르는 부드러운 피부 돌기입니다. 미국피부과학회는 쥐젖을 해가 없는 양성 돌기로 설명합니다.[2]
- 모양: 말랑하고, 가는 줄기로 피부에 매달린 것이 많습니다. 납작하게 붙어 있는 것도 있어요.[2]
- 색: 피부색이거나 조금 더 진하고, 분홍빛을 띠기도 합니다. 옷이나 목걸이에 쓸리면 붉어지기도 해요.[2]
- 위치: 피부끼리, 또는 옷·장신구와 쓸리는 곳. 목 주름, 눈꺼풀, 겨드랑이, 사타구니, 가슴 아래 등에 잘 생깁니다.[2]
- 잘 생기는 사람: 체중이 늘었거나, 임신 중이거나, 당뇨나 대사증후군이 있거나, 가족 중에 쥐젖이 많은 분에게 더 흔합니다.[2]
편평사마귀와 가장 많이 헷갈리는 자리가 목입니다. 목에 생긴 것을 손끝으로 살짝 집어 보았을 때 말랑하게 들리면 쥐젖 쪽, 피부에 납작하게 붙어 있으면서 여러 개가 퍼져 있으면 편평사마귀 쪽을 먼저 의심합니다. 다만 막 생기기 시작한 작은 쥐젖은 납작해서 진료실에서 직접 봐야 구별되는 경우가 많아요.
4. 비립종: 하얗고 단단한 작은 알갱이
비립종은 피부 단백질인 케라틴이 피부 바로 아래 작은 주머니(낭종)에 갇혀 생깁니다.[3][4]
- 모양: 진주처럼 하얀 작은 알갱이로, 대부분 1mm가 안 되고 가끔 3mm를 넘기도 합니다.[4] 만지면 좁쌀처럼 단단하게 느껴져요.
- 위치: 눈꺼풀과 뺨에 가장 눈에 띄고, 이마에도 생깁니다.[3][4]
- 증상: 가렵거나 아프지 않고, 다른 사람에게 옮지도 않습니다.[4]
- 생기는 이유: 특별한 계기 없이 생기기도 하고, 화상이나 피부 박피, 물집이 생기는 피부 질환 뒤에 피부가 아물면서 생기기도 합니다.[3]
여드름과 헷갈리는 분도 많은데, 비립종은 염증이 없어서 붉게 부어오르지 않고 몇 주가 지나도 모양이 거의 그대로입니다. 갓난아기에게 생긴 비립종은 대개 몇 주 안에 저절로 없어지지만, 어른의 비립종은 더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아요.[3][4]
5. 한눈에 비교하기
| 편평사마귀 | 쥐젖 | 비립종 | |
|---|---|---|---|
| 정체 | 바이러스(HPV) 감염[1] | 부드러운 양성 돌기[2] | 케라틴이 갇힌 작은 낭종[3] |
| 모양·촉감 | 작고 매끈하고 납작함 | 말랑하고, 줄기로 매달리기도 함 | 하얗고 단단한 알갱이 |
| 색 | 살색·분홍·갈색 | 피부색이거나 더 진함 | 진주빛 흰색 |
| 잘 생기는 곳 | 얼굴, 면도·제모 부위 | 목 주름, 눈꺼풀, 겨드랑이 | 눈꺼풀, 뺨, 이마 |
| 번짐 | 긁거나 면도하면 번질 수 있음 | 쓸리는 곳에 새로 생김 | 다른 사람에게 옮지 않음[4] |
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지루각화증이 있습니다. 갈색을 띠고, 밀랍을 피부 위에 붙여 놓은 것처럼 도톰하며, 사마귀처럼 거친 표면으로 점점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이에요.[5] 처음에는 납작한 갈색 점처럼 시작해서 편평사마귀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.
실제 진료실에서는 한 사람 얼굴에 두세 가지가 섞여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. 표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시고, 개수가 늘거나 모양이 바뀌면 직접 확인받으세요.
6. 집에서 떼어 내면 안 되는 이유
"작은 건데 그냥 손톱깎이로 자르면 안 되나요?"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. 세 가지 모두 집에서 떼어 내는 건 권하지 않아요.
- 편평사마귀: 뜯거나 긁은 자리를 따라 바이러스가 묻어 오히려 개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.[1]
- 쥐젖: 미국피부과학회는 집에서 쓰는 쥐젖 제거 제품을 권하지 않고, 사마귀 제거제도 쥐젖에 쓰면 흉이나 자극이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.[2]
- 비립종: 손으로 짜거나 긁어 터뜨리면 새로운 비립종이 생길 수 있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.[4]
무엇보다 어떤 것인지 모른 채 떼어 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. 편평사마귀를 쥐젖인 줄 알고 잘라 내면 주변으로 번질 수 있고, 반대로 쥐젖인 줄 알았던 것이 다른 피부 질환일 수도 있으니까요. 하늘체한의원 분당점에서는 먼저 하나하나 무엇인지 확인한 뒤, 편평사마귀는 마취 크림을 바르고 CO2 레이저로 정리합니다. 쥐젖과 비립종도 대부분 레이저로 함께 제거할 수 있고, 비립종은 경우에 따라 레이저 뒤에 안의 알갱이를 빼내는 압출을 더하기도 합니다. 한 얼굴에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면 한 번에 상담받으셔도 됩니다.
짧은 기간에 쥐젖이 한꺼번에 많이 생겼다면 몸속 다른 문제의 신호일 수 있어 진료를 받아 보라는 안내도 있습니다.[2] 또 모양이나 색이 빠르게 변하거나 피가 나는 돌기는 미루지 말고 확인받으세요.
마치며
편평사마귀, 쥐젖, 비립종은 이름도 생김새도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정체는 전혀 다릅니다. 셋 중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번질 수 있는 건 편평사마귀뿐이에요. 그래서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"이게 무엇인지" 확인하는 것입니다. 거울을 보다가 작은 돌기가 하나둘 늘고 있다면, 손대기 전에 한 번 보여 주세요.
-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, "Warts: Signs and symptoms"
-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, "Skin tags: Why they develop, and how to remove them"
- Gupta M, Oakley A. "Milium, milia". DermNet New Zealand, 2009
- healthdirect Australia, "Milia"
-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, "Seborrheic keratoses: Signs and symptoms"

